<이갈리아의 딸들>

2008/06/13 14:28


이갈리아는 꽤 매혹적이다.
여성이 온전하게 가슴을 드러내고 뱃일과 사회 요직을 맡으며,
특히 출산의 풍경은 나 역시 그 고통을 느껴보고 싶을 정도로 황홀하다.
분명 이 소설은 기존의 통념을 깨트리기에 충분.

1.
가슴이 봉긋하게 솟아오르기가 무섭게 소녀용 브래이지어를 입기 시작해, 성인이 되자 각종 속옷들이 - 여성 속옷의 대부분은 편리함이나 땀 흡수 등 기능적인 면 보다는 몸의 보정, 가슴의 윤곽을 도드라지게 하거나 볼륨감을 더해주는 것들이다 - 날 유혹하기 시작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혹 원하는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만들기 위한 속옷들은 패션과 결부되면서 현대여성이라면 꼭 신경써야할 부분이 되어 버린 게다. 그게 누굴 위한건진 모르겠으나.

2.
한편 이갈리아에 사는 남성들은 '페호'를 입어야 한다. 그들의 성기가 다리 사이에서 덜렁거리지 않도록. 아, 고소해.

3.
<이갈리아의 딸들>은 사회가 만들어낸 성 역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어렸을 적부터 인형놀이, 바느질, 요리 등의 교육을 받고 치마를 입은 남성과 칼싸움을 하고 바지와 셔츠에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여성.  
이갈리아에선 남성이 뱃일을 하겠다고 하면 코웃음친다. "어떻게 맨움(남성)이 배를 탈 수 있지?"  

4.
주목할 부분은 문제의식을 갖게된 맨움들이 '맨움해방전선'을 만든다는 거다. 마치 지금의 페미니즘처럼. 그들은 불합리한 차별에 분노한다. 그리고 움(여성)이 주도하는 사회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렇다. 단지 '성(性) '이 다를 뿐인데. 차이가 차별이 되어선 안된다.

5.
이갈리아를 정확히 뒤짚으면 2008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아니, 대부분의 나라겠지.
여성인권향상이니 뭐니 이래저래 여성의 지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진건 사실이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암암리에 박혀있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와 언어, 시스템 등은 여전히 두터운 유리벽을 형성하고 있다. 와장창 깨지는 그날을 고대한다.

6.
이갈리아를 읽고나니 온 몸의 때를 민 것처럼 시원하다. 근데 너무 박박 밀어서 좀 쓰리기도 하다. 하지만 때는 밀어야 하는 것. 깨끗하고 건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여튼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적어도 '여자라서', '남자니까' 란 말은 안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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